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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카프라전설 1권

세기말 카프라전설 1권 11003 / Legend_Of_Kafra01

세기말 카프라전설 1권
월간 라그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도둑용선비의 최신작. 카프라서비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또다른 서비스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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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1

หนังสือ (1)


세기말 카프라 전설

이것은 아득한 먼 옛날부터 카프라센터에 전해오는 믿기 힘든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산악도시 페이욘, 카프라 서비스의 부재 이후 통제선을 넘어 마을로 침입해 들어온 몬스터들로 인해 황폐해진 집과 논밭. 스산한 바람이 부는 마을 한 복판엔 기력이 다해 피난할 엄두를 내지 못한 몇몇 노인들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언제 페이욘의 깊은 지하수령에서 마수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치고 피로한 얼굴의 노인들은 삶의 의욕을 잃고 드문드문 모여앉아 반쯤 눈을 감은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으응? "

얕은 잠에 막 빠져들던 노파가 알 수 없는 기척에 눈을 떴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검은 망토를 깊게 덮어쓴 커다란 덩치의 사람이었다. 몸을 모두 가리지 못한 망토 아래로 하얀 에이프릴이 언뜻 비치자 노파는 자신의 눈을 연거푸 비비며 다시 확인하려 했다.

" 카프라 아가씨들은 다들 사라졌을텐데 어째서 앞치마가 눈에 보이는겐지... "

그녀가 독백처럼 되뇌이자 눈을감고 잠을 청하던 다른 노인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 늙으니 헛것이 보이는게지, 그럴 시간이 있으면 눈이나 좀 붙여두게, 해 떨어지면 눈뜨고 있어야 할텐데 "
" 흘흘흘, 내가 나이를 많이 먹긴 먹었나보우 "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비 정상적인 광경을 애써 무시한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녀가 헛것이라 생각한 망토를 덮어쓴 사람은 마을의 단 하나 남은 유일한 술집으로 성큼성큼 움직였다. 곧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술에 반쯤 쩔어 한쪽에 비스듬하게 앉아있던 남자가 인기척이 난 방향으로 중얼거렸다.

" 여긴 더 팔 것이 없수다... 음료라면 모를까 "
" ... "

실내로 들어온 사람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곧장 남자의 앞으로 다가왔다.

" 여기 주인장이시오? "

남자는 대꾸하기 귀찮다는 듯 눈을 감은채 손으로 진열대를 가르켰다.

" 술이 필요해서 왔다면 저기 진열대 안에 조금 남은게 전부요, 어차피 저건 팔지도 못하니 맘대로 하슈 "

남자의 말에 망토를 쓴 사람은 성큼 진열대 앞으로 다가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술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잠을 청하는 남자의 옆에 앉아 술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벌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독한 술이 목으로 넘어 들어갔고 잠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 주인장, 여기 이 마을은 왜 이렇게 된거요? "

걸걸한 목소리에 잠기운이 달아났는지 남자가 부시시 눈을 뜨고 말했다.

" 몰라서 묻소? 오랬동안 외지에 나가 계셨구만. "

남자는 술병이 들고 있는자의 얼굴을 흘낏 바라보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얼굴을 깊게 가린걸 보아하니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깡술을 마시는 건 몸에 해롭지. 치즈라도 드시겠소? "
" 기꺼이... "

남자가 치즈 한덩이를 내 놓았고 망토 쓴 사람이 손을 내밀어 치즈를 잡았다. 망토 쓴 사람의 손은 거칠고 우람했다.

" 카프라들이 모두 사라진 이후에 이 마을은 던전과 마을의 경계를 차단해주는 결계가 손상되었다오. 그래서 밤이면 활동을 시작한 몬스터들이 마을로 뛰쳐나오고 있지. 어제도 한명의 노파를 잡아갔소. "

망토를 쓴 사람의 입에서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이제 이 곳에 카프라는 없는거요? '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 이곳 뿐이겠소? 프론테라, 모로크, 게펜, 알베르타, 심지어 본사 알데바란에서도 이전의 카프라 서비스들은 찾아볼 수가 없소. 가끔씩 카프라 GT 라는 이동형 기기가 오는데 마을 경계비 조로 세금을 뜯어간다오. 그나마 돈을 지불하던 때에는 그놈이 던전앞에서 망을 보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돈 뜯어가려고 올때 빼곤 구경도 하기 힘들다오, 그러고보니 그놈이 올때가 되긴했소. "

망토를 쓴 사람이 말했다.

" 그런 상황이라면 다시 이전의 카프라가 돌아온다해도 별 볼일 없겠군 '

그의 말에 남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마을 앞을 지키던 노인들을 보았소? 그 냥반들은 지금도 카프라들이 되돌아 올거란 쓸데없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하지만 카프라들이 돌아온다해서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소. 어차피 남은건 다 늙어 죽어가는 노인들뿐, 이 마을에서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오 "

빈정거리듯 말하던 그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 카프라 아가씨들이 돌아온들 뭐 달라질게 있다고, 망할 늙은이들 "
" ... "

망토를 쓴 사람은 말없이 술병의 술을 한모금 들이켰다. 침묵의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을까? 술집 밖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 삐릭... 칼 바스텐. 76세. 남. 신원확인 완료. 정기세금 체납내역 확인. 본사까지 동행을 원한다.

그것은 카프라 GT 의 음성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술집주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 노인네, 세금을 안냈구만... 제때제때 바칠것이지, 쯧 "

그는 말없이 술잔에 술을 채웠다. 망토를 쓴 사람이 물었다.

" 세금을 안낸 사람은 어찌되는거요? "
" 어찌되긴 본사까지 강제 연행되어서 노역장에 보내지던가, 아니면 집을 압류당하던가 둘중 하나지 뭐 "
" 저 노인을 도와줄 생각은 없는거요? "
" 저런 노인 한둘쯤 없어진다고 크게 달라질 일이라도 있소? "

그는 기분이 몹시 상한 듯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바깥에선 계속해서 카프라 GT 의 음성이 들려온다.

- 칼 바스텐.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을 할 수 밖에 없다.

GT 의 말소리가 들린 직후 고철이 크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노인이 카프라 GT 에게 뭔가를 집어 던진 것 이리라.

- 칼 바스텐. 카프라 GT 를 공격하는 행위는 무거운 형량이 적용된다. 이 기기는 국가의 재산이다. 순순히 요구에 응하지 않을경우 이 자리에서 사살당할 수 도 있다.

상대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듯 했다.

- 칼 바스텐, 손에 든 무기를 버려라. 이 기기는 국가의 재산이다.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살하겠다.

기계음이 거기까지 들렸을때 술집주인이 마시던 술잔을 탁자위에 놓으며 외쳤다.

" 듣자듣자 하니까 저 고철놈이 뵈는게 없나보구만!! "

그는 벽에 걸린 장총을 집어들고 술집 밖으로 뛰쳐 나갔다. 망토를 쓴 사람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없이 술을 들이킬 뿐이었다. 주인은 장총에 탄환을 장전하고 카프라 GT 를 겨냥했다. 그리고 외쳤다.

" 국가 재산 좋아하시네!! 언제부터 니들이 국가 운운하며 장사했냐? "

- 삐릭... 찰스 레이븐. 38세. 남. 신원 확인완료. 27밀리 산탄총 무장. 장갑 파괴율 0.001%. 치명적 손상확률 제로. 상대전력 대조 완료. 지금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어라 찰스 레이븐.

" 미친새끼... "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산탄총이 불을 뿜었다. 총소리에 놀란 노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자신들의 집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관통력이 거의 없는 산탄총은 카프라 GT 의 두터운 장갑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티틱거리는 작은 파편음이 들렸고 카프라 GT 의 피아 식별램프에 적색등이 켜졌다.

- 장갑파괴 0, 손상 0, 상대의 공격에 응전하겠음.

카프라 GT 의 거대한 캐틀링건이 격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곧 묵직한 발포음이 쏟아졌다.

' 두두두두두두... '

초당 3 발의 빠르지 않은 속도였으나 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남자는 총탄세례를 피해 지그재그로 달리며 산탄총을 카프라 GT 의 안면부를 향해 발사했다. 그러나 에르늄합금으로 표면을 보호하고있는 카프라 GT 의 안면부에는 어떠한 손상도 가할 수 가 없었다. 남자는 카프라 GT 가 자신을 식별하기 어려운 언덕 아래로 몸을 굴렸다.

" 기계 주제에 내리막길을 쫓아오진 못하겠지 "

그러나 그의 바램은 엉뚱하게 발전했다. 카프라 GT 는 그를 쫓는 미션을 대기시키고 다음 미션을 실행했다.

- 마을전체가 카프라센터에 불복하며 적대적인 성향을 띤것으로 간주. 마을 내 건물 전소허가를 요청한다.

녀석은 마을을 모두 불태울 수 있도록 카프라 본사에 요청하고 있었다. 레이븐의 눈에 분노가 일었다. 그는 카프라 GT 를 피하려던 생각을 까맣게 잊은채 언덕위로 뛰쳐올라갔다.

" 누구 맘대로 마을을 불태우겠다는거냐!! "

마을을 불태워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졌는지 카프라GT 의 캐틀링 아래에서 화염 방사구가 방출되었다. 작은 가스가 피워올리는 불씨는 언제라도 화염을 뿜어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레이븐은 방금전의 총격전 때문에 노인들이 집안으로 피신한 상태임을 깨닫고 고함을 질러댔다.

" 지금 집 안에는 노인들이 있단 말이다! 이 미친놈아 "

- 카프라 본사의 승인접수완료. 예정대로 마을 전체를 소각하겠음. 첫번째 대상은 세금징수에 협조하지 않은 칼 바스텐의 자택

레이븐은 땅에 떨어진 큼직한 돌덩이를 집어 들어 카프라 GT 의 머리로 집어던졌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카프라 GT 의 머리가 크게 기울었으나, 녀석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잠시 삐릭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은 카프라 GT 는 동쪽의 판자집을 향해 불길을 뿜었다.

" 안돼!!!!!--- "

레이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화염방사기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은 순식간에 집 한채를 애워쌌다. 그는 집안에 갇혀있을 노인을 구하기 위해 뛰쳐들 기세를 취했다. 바로 그 순간 카프라 GT 의 총구가 레이븐을 향했다.

- 움직이지 마라 찰스 레이븐, 발끝 하나라도 움직일 경우 카프라 공무집행 방해 행위로 간주하고 조치를 취하겠다.

카프라 GT 의 캐틀링 건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레이븐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 레이븐의 온 몸은 모공이 치솟아오를 정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프라 GT 의 앞에서 그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고, 그런 그는 카프라 GT 라는 기계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 때였다.

" ... "

- 삐릭!.

불길 속 에서 검은 망토를 깊게 눌러쓴 자가 갇혀있던 노인을 구출하여 걸어 나오고 있었다.

" 당신은?! "

레이븐은 그가 자신의 술집 안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나그네라는 것 을 알아차렸다. 카프라 GT 는 새로운 적의 등장을 알아차린 듯 자신의 피아식별 감지기를 작동시켰다.

- 삐릭.. 이름.. 미상. 성별.. 미상, 나이.. 미상..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존재. 카프라 센터 지휘통제실은 신장 210cm 이상 체중 109kg 추정의 신원미상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달라.

GT 가 바쁘게 정보파악을 위해 움직이는 동안 검은 망토를 쓴 사람은 여기저기 불에 그을린 노인을 근처 곡식푸대 위에 뉘어 놓았다. 그리고 레이븐을 향해 말했다.

" 다행히 크게 상하진 않았소. 이 분을 안전한 장소로... "

레이븐은 부리나케 달려와 노인의 어깨를 부축했다. 카프라 GT 는 레이븐을 향해 겨누고있던 총구를 망토쓴 사람에게로 향했다.

- 이름과 성별, 나이를 밝혀라. 불복할 경우 적대적 세력으로 간주하고 전투모드로 변환하겠다.

망토를 쓴 사람은 카프라 GT 를 향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 나이는 24... "

- 삐릭... 접수완료

그는 한발짝 한발짝을 내 딛을때 마다 자신의 신상에 대해 밝혀나갔다.

" 성별은 여성 그리고... 예전의 나는 이렇게 불리웠었다. "

그의... 아니 그녀의 머리위를 깊게 감싸고있던 검은 망토가 스르륵 풀려나갔다. 섬세하고 우람하게 다듬어진 근육질의 드넓은 어깨가 강렬한 햇살을 받아 구릿빛으로 번들거렸다. 망토쓴 사람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던 레이븐과 창문 밖으로 훔쳐보던 노인들의 입에서 누가 뭐랄것도 없이 한 사람의 이름이 터져나왔다.

" 다...당신은!! "
" 카프라... 카프라 테일링!! "
" 정말 카프라가 돌아온 것인가! "

카프라 GT 의 피아식별 램프는 매우 강한 적색의 빛을 방출했다.

- Primary Target. 위험레벨 10. 카프라 테일링 발견!!. 지휘통제실의 긴급한 지원을 요...

그러나 카프라 GT 의 요청내용은 끝까지 송신되지 못했다.

" 콰앙!-- "

천둥이 치는듯한 소리와 함께 카프라 테일링의 거대한 주먹이 카프라 GT 의 안면부를 강타했다. 2미터 50센티가 넘는 장신의 카프라 GT 몸체가 지상에서 30센티미터 정도 부양한채 거세게 뒤로 내동댕이 쳐진다. 간신히 몸을 추스린 카프라 GT 는 쓰러진 자리에서 본부로 긴급타전을 했다.

- 삐리릭... 위험레벨 10. 위험레벨 10. 긴급한 지원...

카프라 GT 의 몸은 공포를 느낄 수 없는 기계덩어리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녀석의 기계몸체는 가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카프라 테일링은 천천히 다가와 GT 를 내려다보았다.

" 조금전의 그것은 네놈들 때문에 이름을 잃고 살아왔던 나의 분노... "

GT 의 안면부에 짙은 그늘이 진다.

" 그리고, 이것은 내 자매들이 흘린 피와 눈물의 무게다... "

금속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와 함께 테일링의 다리가 쓰러져있는 GT 의 흉부를 관통했다. GT 의 가슴을 감싸고 있던 70밀리 에르늄상판은 마치 땅콩껍질이 부서지듯 사방으로 파편을 흩날리며 박살나버렸다. 카프라 GT 가 빠르게 말했다.

- 이제 곧 본대가 이곳으로.. 나를 쓰러뜨리더라도 이미 늦다..

녀석의 말을 비웃듯 카프라 테일링이 코웃음을 쳤다.

" 카프라GT. 내가 하는 말을 본사에 그대로 전송해라... "

GT 는 음성인식 센서의 감도를 높였다. 그리고 GT 의 귀에 테일링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 생존해 있는 카프라가 나 혼자일거라는 행복한 망상은 버리는게 좋다 "

그녀가 속삭인 말은 카프라 본사의 내부방송으로 조용히 퍼져나갔다.

" 네놈을 쓰러뜨리는데, 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다 "

카프라 GT 의 피아식별 센서가 미친듯이 진동했다. 카프라 테일링의 손가락은 천천히 GT 의 전원스위치를 향했다. 그리고 전원스위치가 OFF 되었다.

- 위이이이이잉....

전기 모터가 구동되던 소리가 모두 멎었다. 테일링은 고개를 뒤로 돌려 레이븐을 향해 말했다.

" 알데바란은 어느쪽이오? "

레이븐은 벅차오르는 무언가를 간신히 참으며 북서쪽을 가르켰다.

" 이제 곧 만나겠군... 자매들이여. "

-다음 권에 계속.